<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4세대 실손의료보험 출시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비급여 의료이용에 따라 보험료가 최대 4배까지 늘어날 수 있고, 자기부담금을 10%포인트 높인 게 핵심이다. 비용 부담에 따른 소비자의 과도한 의료행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손보업계는 기존 실손보험을 갈아태우는 영업방식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위반 행위로 지목될 수 있어 저조한 전환율을 우려하고 있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실손보험 상품구조 개편 및 금융소비자보호법 반영 등을 위한 표준약관(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을 예고했다.

우선 실손보험의 보장 합리화를 위해 보험금 누수가 큰 비급여에 대해 특약으로 분리했다.

급여는 ▲불임 관련 질환 보장 확대 ▲선천성 뇌질환 보장 확대 ▲치료 필요성이 인정되는 피부 질환 등 보장을 확대했다. 2년간 보험금 청구가 없을 시 10%의 보험료를 할인해주며, 통원 공제 금액은 병·의원, 상급·종합은 변동 없고 처방 조제만 8000원에서 없앴다.

손해율 상승의 원인인 비급여는 의료과잉 방지를 통한 가입자간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수치료의 보장범위를 제한하고, 비급여 주사제 보장기준을 정비했다.

비급여 보장범위를 보면 도수치료는 치료효과를 확인하면서 매 10회 실시마다 병적 완화 효과가 있는 경우에 한해 최대 연 50회를 보장한다. 비급여주사제는 비타민, 영양제 등의 경우 약사법령에 의해 약제별 허가사항 또는 신고된 사항 등에 따라 투여된 경우에만 보장한다.

선의의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해 보험료 할인·할증제를 도입했다. 의료이용량에 따라 개별 보험료를 할인해주거나 할증한다.

예를 들면 직전 1년간 비급여 보험금을 청구한 금액이 1단계(0원)이면 보험료를 할인받는다. 2단계(0원 초과~100만원 미만)면 직전 보험료를 유지할 수 있고, 3단계(100만원 이상~150만원 미만)면 100%가 할증된다. 4단계(15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는 200%, 5단계(300만원 이상)는 300%가 할증된다. 보험료 할인은 5% 내외로 이뤄진다.

의료비 중 가입자가 내는 자기부담비율은 급여 20%, 비급여 30%로 일괄 적용했다. 기존 10~20%, 20~30%인 비율을 상한 통일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행 3세대 실손보험 기준 시뮬레이션 결과, 3~5단계 할증구간 대상자는 전체 가입자의 1.8%”라며 “충분한 통계확보 등을 위해 할인·할증은 새로운 상품 출시 후 3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보호를 위해서는 보험료 할증 대상에서 의료취약계층을 제외했다. 또 보험료 산출 방식 등에 대해 약관에 자세히 명시토록 했다. 의료취약계층은 국민겅가보험법상 암질환,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희귀난치성질환자 등 산정특례 대상자 및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장기요양대상자 중 1~2등급 판정자가 해당한다.

금융당국은 기존 실손보험에서 4세대 실손보험으로 쉽게 갈아탈 수 있도록 무심사 전환을 원칙으로 했다. 기존에 판매된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100% 이상 치솟으면서 실손보험 유지 자체가 어려워지자 보험사를 지원하기 위한 취지다.

소비자는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6개월 내에 기존 상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약전환 철회’를 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계약전환은 활성화하되, 전환 시점의 불완전판매 예방을 위해 전환철회 기간을 6개월로 연장한다”며 “일반상품의 경우 15일”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비급여의 보장 제한과 자기부담률 인상, 보험료 할증제 도입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2009년 이전에 판매된 구 실손보험과 2009년 이후 판매된 표준화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각각 140%, 130%대를 기록하는 가운데, 2017년 출시된 신 실손보험도 100%를 넘어가면서 적자폭이 커져서다.

이러한 손해율의 근본적인 원인은 낮은 자기부담률에 따른 소비자의 도덕적해이 유발이 손꼽힌다. 특히 가입 형태가 유사할 때 소수 가입자에 의해 다수의 가입자가 보험료 부담을 짊어졌던 만큼 이번 조치로 형평성이 일부 증진됐다는 입장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실손보험 갈아태우기를 지원하고 있지만,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3월 시행된 금소법에 저촉될 수 있어서다.

금소법은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 금지 ▲부당권유 금지 ▲광고규제 등 6대 판매규제 원칙을 바탕으로 금융권 내 영업행위를 제한한다.

이 중 실손보험 전환 영업방식은 불확실한 사항에 대해 단정적으로 판단을 제공하거나 확실하다고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알리는 행위 및 금융상품의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알리는 행위인 광고규제, 소비자의 의사에 반하는 상품 강요 등을 할 수 없도록 한 불공정영업 금지, 소비자의 합리적 결정을 방해하는 행위인 부당권유 금지 등이 금소법에 저촉될 수 있다.

4세대 실손보험의 장점 및 단점을 구체적으로 소비자에게 설명해야 하고, 기존 상품과의 차이점을 알 수 있도록 해 소비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알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존 상품을 유지하는 게 더 이득이라는 SNS 홍보 및 소비자 단체의 마케팅에 의해 소비자의 기존 실손보험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으며, 4세대 실손보험 전환이 많지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 보장이 축소되는 건 사실이지만, 일부 의료 쇼핑을 하는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커질 뿐 일반 소비자는 보험료 절감 효과가 있다”면서 “하지만 보장 축소된다는 사실만으로 알려지고 있어 4세대 실손보험 전환율이 높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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