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금융감독원 차기 원장에 교수 출신이 언급되면서, 노동조합이 거세게 반대하고 나섰다. 교수 출신인 윤석헌 전 금감원장이 실패로 입증돼, 되풀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금융감독원지부는 31일 ‘껍데기는 가라, 교수는 가라’ 성명서를 통해 “금감원장이 3주째 공석인 상황에서 교수 출신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며 “이번에도 교수 중에서 후보를 물색하는 것 같은데, 이는 현실을 전혀 모르는 순진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신임 금감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손상호 전 한국금융연구원장, 이상복 서강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석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등이다.

이 같은 상황에 노조는 학계 출신인 윤석헌 전 금감원장을 언급하며 교수 출신 금감원장을 반대하는 사유를 밝혔다.

노조는 윤 전 원장이 개혁을 앞세워 대법원 판결 후 소멸시효마저 완성된 키코 사건과 관련해 은행들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했고, 은행들이 배임을 우려해 우회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5번이나 분쟁조정 결과 처리기한을 연장하며 은행을 압박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DLF 사태와 사모펀드 사태가 연이어 터지자 윤 전 원장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제도를 마련하지 못했다”며 “철 지난 키코에 집중하느라 사모펀드 사태를 키웠다는 국회의 질책에 책임을 회피하면서, 부담이 아래로 쏟아지는 건 당연지사”라고 말했다.

금감원 조직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도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키코 재조사 및 손해배상 관련해 소신을 밝힌 자들은 불이익을 당했다”며 “이상제 부원장은 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에서 제척됐고, 키코를 담당했던 부서장은 같은 해 연말 갑자기 외부교육기관으로 좌천됐는데, 키코 처리에 미온적이어서 윤 전 원장에게 밉보였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이어 “윤 전 원장이 인사권을 함부로 휘두르자 금감원에서 윤 전 원장에게 감히 고언을 올리는 일은 불가능해졌고, 윤 전 원장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자들은 조직에 막심한 피해를 끼쳤어도 승진을 했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윤 전 원장의 대표적 인사권 남용 사례로 채용비리 연루자에 대한 승진인사를 꼽았다.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이유 중 하나가 채용비리이고, 이로 인해 무고한 직원들은 성과급 삭감은 물론 승급 제한까지 당했지만, 채용비리 가담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기는커녕 승진을 선물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문재인 대통령의 비관료 원장 실험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며 ”사외이사나 관변학자로 과분한 대접을 받다 보니 교수들은 자신의 생각이 정의라는 독선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전 원장뿐 아니라 다른 교수 출신 부원장들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며 ”자신의 생각에 동조하고 지시를 잘 따르는 직원들을 승진시키면서 파벌을 만들었고, 그 결과 금감원 내 권역별 업무 갈등은 심해지고 고질적인 권역별 나눠 먹기가 부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금감원을 진정으로 개혁하길 원하신다면 교수 출신 원장이라는 욕심을 꺾어주기 바란다“며 ”그들의 박학다식에 호감을 가질 수 있지만, 조직의 수장으로 교수를 겪어보니 정무감각과 책임감을 도저히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하소연했다.

또 ”교수 출신 원장, 부원장들의 막무가내식 일처리와 권역별 나눠 먹기로 금감원은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며 ”세상을 책으로 배운 교수가 아니라 산전수전 다 겪은 능력 있는 인사를 금감원장으로 임명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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