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대학을 졸업한 취업자 10명 중 3명은 대학 졸업장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일자리를 가졌다는 한국은행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지난 23일 BOK이슈노트에 실린 ‘하향취업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를 통해 “대졸 취업자 수 대비 하향취업자 수로 정의한 하향취업률이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증가하면서 최근에는 30%를 상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향취업이란 취업자의 학력이 일자리가 요구하는 학력보다 높은 경우로 정의됐다. 요구되는 학력에 맞는 일자리를 구하면 적정취업이라고 본다.

한은은 대졸취업자가 직업분류상 관리자, 전문가 및 사무종사자로 취업하면 적정취업으로 분류하고, 그 외 나머지 직업을 가지만 하향취업으로 분류했다.

예를 들면 대졸 학위가 필요하지 않은 매장 판매직이나 서비스직에 대졸자가 종사하는 경우 하향취업 했다고 판단했다.

한은이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00년 22~23%였던 하항취업률은 올해 처음 30%대를 넘어선 뒤 4월(30.5%)과 6월(30.5%)에 이어 역대 최고 수준을 이어갔다.

한은은 “시기별로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하향취업률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이후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은 고학력 일자리 수요가 대졸자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수급 불균형이 반영돼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하향취업자의 절반이 넘는 57%는 ‘서비스 및 판매 종사자’로 일했다. 연령별로는 청년층의 하향취업률이 29.5%로 상당히 높았다.

은퇴 이후 새로운 일자리에 취직하는 고령층이 많아지면서 장년층의 하향취업률도 35%나 됐다. 여성(18.9%)보다는 남성(29.3%)의 하향취업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중에서는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아예 취업을 포기해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학 전공별로는 직업 연계성이 높은 의약, 사범계열이 10% 이내의 낮은 하향취업률을 보였지만, 인문·사회, 예체능 및 이공계는 30% 내외의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은 관계자는 “통념상 인문계가 이공계보다 취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하향취업 데이터에서는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며 “인문계는 여성이 많은 특성상 하향취업을 선택하기보다 아예 취업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로 집계될 확률이 높다는 점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향취업자의 85.6%는 1년 후에도 더 나은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4.6%만 1년 후 적정취업에 성공했다. 2년과 3년 후 적정취업 전환율도 각각 8.0%, 11%에 불과했다. 한 번 하향취업을 하면 대부분이 그 이후에는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하향취업에 머무르는 셈이다.

하향취업자의 임금은 150만원 언저리에 집중됐다. 2004년~2018년 중 하향취업자의 평균임금은 177만원으로 적정취업자의 임금(284만원)보다 38% 낮게 조사됐다. 다만 스스로 하향취업을 선택한 취업자를 감안해 적정취업 경험이 있는 대졸 취업자를 대상으로 하향취업 했을 때의 임금 손실을 추정한 결과 36% 가량 임금이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일자리 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임금 격차도 큰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가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더 신중하게 만드는 유인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한은 관계자는 “하향취업 증가는 인적자본 활용의 비활용성, 생산성 둔화를 초래하므로 노동공급 측면에서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필요 이상의 고학력화 현상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낙인효과를 줄이기 위해 노동시장 제도개선을 통해 직업간 원활한 노동이동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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