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네이버, 카카오 등 거대 IT기업들이 보험업에 진출하면서 기존 보험사들의 입지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시장은 축소되는 반면 GA(독립법인대리점)채널이 급성장한 데다 경쟁사까지 늘어나면서다.

10일 보험업계와 인터넷등기소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달 22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엔에프(NF)보험서비스’ 상호로 법인 등록을 마쳤다.

NF보험서비스는 법인 설립 목적으로 ▲보험대리점업 ▲통신판매업 ▲전화권유판매업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콜센터 및 텔레마케팅 서비스업이라고 명시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하면서 대출, 보험, 투자 등을 모두 다루는 종합 금융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대형 IT 기업인 카카오도 보험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손보업계 1위 삼성화재와 합작해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예비인가 신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업 방향, 수익성 검증 등 중요한 의사결정 원칙과 방식에서 이견이 발생하면서 합작법인 설립 준비는 중단됐다. 카카오는 현재 카카오페이와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대표 IT기업들의 보험업 진출이 잇따르면서 보험사들의 입지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의 경우 네이버쇼핑, 네이버페이 등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다. 카카오도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등 국민 대부분이 가입한 서비스로 운영하면서 빅데이터가 축적돼 활용 가능하다.

기존 보험사들이 확보하지 못한 빅데이터를 이용해 고객 개개인이 원하는 상품을 제공할 수 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활성화 가능성을 보인 언택트(Untact·비대면) 보험영업에 적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대기업이 보험업에 진출하면서 그동안 보험업계가 희망하기만 했던 사안들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도 “현재 IFRS17 도입에 대비하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가운데 저출산으로 인한 미래 수익 감소 전망으로 시장 축소가 예상되는데, 경쟁사까지 늘어나면서 기존 보험사들의 수익이나 시장지배력은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GA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보험사들은 골칫거리다. 과거 보험상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었던 회사는 오롯이 보험사였지만 현재는 상품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GA가 보험사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설계사 수도 약 42만명 중 약 23만명이 GA 설계사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매출 경쟁을 위해 GA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만큼 수수료 지출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바뀌는 셈이다.

GA가 커지면서 보험업 관련 정책도 GA의 입김이 반영되고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협의해 반영됐던 사안들이 금융당국과 보험사, GA업계가 논의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GA는 여러 회사의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보험사와 수수료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갑’의 입장에 있다는 의견과 수수료를 지급하는 보험사가 ‘갑’이라는 의견을 동시에 갖는 입장에 있다”며 “이러한 정황이 보험사의 입지가 줄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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