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김수지 시민기자> “여기서 제일 맛있는 와인으로 추천해주세요.” 굉장히 막연한 말이지만 와인 매장에서 꽤나 듣는 말이다. 전 세계 총 인구수가 약 78억명이라 한다면 약 78억개의 다른 입맛 또한 존재 할 것이다.

그렇다면 맛있는 와인의 정의 역시 78억개로 나뉘어 지지 않을까? 하지만 와인 판매원으로서 고객의 니즈 파악을 쉽게 포기해선 안 되기 때문에 나는 조금 더 구체화 된 질문을 한다. ‘어떤 음식과 먹을 건지‘, ‘레드와인인지 화이트 와인인지’, ‘구매 금액은 얼마를 소비할 예정인지‘, ‘기존에 맛있게 먹었던 와인의 품종은 무엇인지’. 이 네 가지 질문 정도를 거치면 웬만해선 해결이 되지만 간혹 더 까다로운 손님은 이렇게 말한다. “기존에 제가 마셔봤던 와인들 말고 색다르게 맛있는 와인으로 추천해주세요.” 그 다음 나의 말은 이렇다. “토카이 와인 드셔보셨어요?”

토카이 와인은(Tokaji wine)은 헝가리의 토카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한 종류로 와인 이름과 지역명이 ‘토카이‘로 동일하다. 토카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 중 드라이 한 와인도 있지만 토카이 와인의 대표는 이번 편에서 이야기 할 달콤한 디저트 와인 아수(Aszu) 와인이다. 여기서 아수란 헝가리 말로 건조된(Dried) 이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토카이 와인은 ‘아수 와인’을 의미한다. 

토카이 와인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동북쪽에서 자라나는 포도로 만든 디저트 와인이다. 토카이 와인은 귀부와인의 한 종류이다. 여기서 귀부와인이란 쉽게 말하면 귀부균(Botrytis Cinerea)이라는 세균에 감염된 포도로 만든 포도주라는 뜻이다. 이 귀부균에 감염되기 위해선 높은 습도가 공급되어야 하기 때문에 강 옆에 지역에서 재배를 해야한다. 그렇게 귀부균에 감염된 포도를 뜨거운 태양 아래 건조 시킨 뒤 마치 건포도 처럼 말려진 포도로 와인을 만들면 귀부와인이 된다. 이런 귀부와인은 특유의 꿀 향, 사과 향, 망고 향 과 높은 산도를 가지고 있다. 이런 귀부와인의 종류로는 세계 3대 디저트 와인에 속하는 프랑스 소떼른(sauterne) 지역의 와인, 독일의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Trockenbeerenauselese)와인, 헝가리 토카이와인이 있다.

프랑스의 보르도 그랑크뤼 등급제도를 최초의 와인 등급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은 헝가리의 토카이 와인이 최초이다. 18세기 초반에 세계 최초로 토양을 토대로 지역을 구분해서 와인의 등급을 나누었다. 이런 토카이 와인의 등급은 와인이 완성된 뒤 나누는 것이 아니라 와인을 만들기 전 포도즙에 당분이 얼마나 들어가 있느냐에 따라 3 푸토뇨스(Puttonyos), 4 푸토뇨스(Puttonyos), 5 푸토뇨스(Puttonyos), 6 푸토뇨스(Puttonyos)로 나뉘어 부르고 숫자가 높아질 수록 와인의 당도 또한 점점 높아진다. 헝가리에서 토카이 와인을 만들 때 사용하는 포도 품종은 헝가리 토착 포도 품종으로 주로 6가지 포도 품종을 사용하며 그 중 60% 이상이 프루민트(Frumint)가 차지한다.

토카이 와인의 양조 역사가 문서로 존재하는 건 12세기 초반이지만 그 전부터 양조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토카이 와인은 왕실의 와인이라는 기록이 있을만큼 많은 왕실 인사들이 사랑한 와인이었다. 우리가 잘 아는 루이 14세 왕부터 피터 대왕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유명 작곡가 요셉 하이든은 토카이 와인의 애호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 중 루이 14세는 특히나 토카이 와인을 사랑하여 “이 포도주는 군왕의 포도주이며 포도주의 군왕이다“라고 말한 기록이 있다.

맛있는 와인의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토카이 와인은 ‘맛있는 와인’의 정의를 새로 만들어 줄 와인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토카이 와인 중 로얄 토카이 블루라벨 와인은 250ml가 5만원 대이고 골드라벨 500ml가 10만원 후반~20만원 초반 대로 꽤나 비싼 축에 속하지만 한 번 맛을 본 사람들은 “평생 이 와인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언젠가 한 번 평생 잊을 수 없는 맛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토카이 와인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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