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김수지 시민기자> 걷기만 해도 숨이 턱턱 차오르고 타인과 살짝만 스쳐도 미간이 잔뜩 찌푸려지는 여름이 다가왔다. 불쾌한 더위하면 한 자리 차지하는 대한민국은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더욱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우리는 배달의 민족이기 이전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민족이었다. 1593년(선조 26) 행주대첩 당시 우리는 화살이 없으면 돌을 던져서라도 적을 막았고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엔 돈이 없으면 금니 하나라도 더 보태서 나라를 지켰다. 2020년 ‘코로나 대전’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약속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뜨거운 태양과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그립다. 이번 편에선 그런 ‘우리’들을 위로 할 수 있는 홈캉스 홈술을 소개하고자 한다.

주말엔 나도 마릴린 먼로 <파이퍼 하이직>
"나는 샤넬 No.5를 입고 잠이 들고, 파이퍼 하이직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해요" 만인의 연인이었던 마릴린 먼로가 남긴 말이다. 파이퍼 하이직을 볼 때마다 그녀의 말 한 마디와 화려하지만 외로운 헐리웃 스타의 뒷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아침부터 웬 술이냐 라고 생각 할 수 있겠지만 파이퍼 하이직이라면 다르다. 파이퍼 하이직은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되는 샴페인으로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는 와이너리이다. 오로지 여왕을 위한 샴페인을 만들겠다는게 와이너리의 첫 목표였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마리앙뚜아네뜨 여왕도 파이퍼 하이직 애호가 중 한 명 이었다. 한 여름의 사과향과 달콤한 배향 그리고 톡 쏘는 레몬의 상큼함은 아침의 아메리카노 보다 우리의 정신을 더 번쩍 들게 할 것이다. 물론 마릴린 먼로처럼 매일 아침에 샴페인을 즐길 수는 없겠지만 주말 아침 하루쯤은 나를 위한 사치를 부려도 괜찮지 않을까?

미드나잇 인 마이 홈 <샤또 끌락 2015>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 길(Gil)은 비오는 1920년의 파리에서 살고 싶어하는 몽상가이다. 몽상가인 그와 다르게 현실을 더 중요시 여기는 약혼녀와 다투게 된 뒤 홀로 파리의 밤 산책을 하다가 기적을 만난다. 그가 만난 기적이란 밤 열두시가 되면 그는 1920년의 파리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열두시의 마법 속 에서 우상인 헤밍웨이, 살바도르 달리, 거트루드 스타인, 피카소를 만나며 평생 잊지 못 할 파리여행을 한다. 원하는 삶을 살고 싶지만 무시할 수 없는 현실에 괴로운 우리는 ‘길’과 닮았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모든 장면 속에서 마치 길이 된 것 처럼 설레고 행복하다.

여기서 프랑스 와인과 함께 영화를 감상한다면 몰입감이 한 층 더 깊어질 것 이다. 프랑스하면 와인이듯이 영화 속에서 와인 이야기가 끝없이 나온다. 프랑스는 와인강국인 만큼 많은 곳에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프랑스 와인이 훌륭한 것은 아니다. 묻지마 프랑스 와인도 많으니 생산자와 빈티지를 꼼꼼히 살펴 볼 것을 추천한다.

그 중 프랑스 메독 지역의 와인 샤또 끌락을 추천한다. 12세기 부터 존재한 유서깊은 와이너리로 빈티지 마다 훌륭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한다. 균형잡힌 바디감과 감칠 맛 나는 산미 그리고 잘 익은 자두와 블랙베리의 향은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도 ‘맛있는 와인이다’라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샤또 끌락을 두고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단연코 메독 지역 와인 중 최고의 와인이다.”라고 말 한 적도 있으며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 와인 탑10‘에도 선정 된 적이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인공 길 처럼 밤 열두시의 파리를 걸을 순 없겠지만 “우리는 길보다 더 맛있는 와인을 마실 수도 있다.”고 위로해보자.

여름이 주는 선물, 제철 과일과 함께 <모스카토 다스띠>
여름이 기다려 지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과일이라 생각한다. 블루베리, 수박, 참외, 복숭아, 자두 등 여름의 과일은 그 자체로도 맛있기도 하지만 와인과 함께 할 때 최상의 케미스트리를 만든다.

바로 모스카토 다스띠(Moscato D’asti) 와인이 그러하다. 모스카토 다스띠 와인은 이탈리아 아스티 지역에서 생산되는 화이트 와인의 한 종류로 음료처럼 달콤하지만 도수가 5도~6도로 낮아 와인입문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사과, 배, 살구 향이 다채롭게 느껴지며 꿀처럼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특히 신선한 제철 과일이나 타르트와 함께하면 기를 쏙 빠지게 하는 무더운 여름도 용서가 된다.

유독 더운 여름에 지친 어느 날이 온다면 밖에 나가서 고생하지 말고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모스카토 다스띠와 함께 홈캉스를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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